장롱에서 우연히 엄마의 오래된 스카프를 발견했다. 어긋나게 프린트되어 어그러진 새의 얼굴을 가진 스카프에서 키치한 아름다움을 느껴 스카프에 새겨진 새와 풀을 본 따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화조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점점 봄이 오는 것을 체감하며 무채색의 풍경과는 반대로 색의 과잉에 치중한 드로잉을 시작하였다. 과잉된 색을 통해 우울을 잠시 덮어두거나 타개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뿌리가 없고 줄기도 존재하지 않는 풀들 사이에 엉켜있는 새들은 숨어있거나 추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푸르른 식물의 이면에 다가오지 않은 꿈이나 희망에 대한 불안함을 숨겨두었다. 얇지만 무수한 감정이 층층이 쌓이는 동안 겨울이 지나고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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